산하표리 21장

만약 이곳이 사계절이 뚜렷한 중국 북쪽이었다면, 보통 11월 중하순쯤 되면 이미 겨울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추환은 리이족에서 지내며 날짜에 대한 감각이 점점 흐려져, 대략 양력으로 연말이 다가왔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리이족이 사용하는 달력은 뭔지 몰라도, 기온만 놓고 보면 여기는 아직 초가을 수준이었다. 추환이 처음 왔을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추위를 타는 사람들은 가벼운 바람막이 하나 정도 걸쳤고, 뻔뻔한 젊은이들은 여전히 맨몸으로 지내도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다.

숲속 나무들은 여전히 푸르고, 풀도 무성했다. 심지어 뱀도 아직 겨울잠에 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침저녁으로 이슬이 맺히면 약간 추위를 느끼는 정도였다.

남산이 '겨울'에 대해 언급했을 때, 추환은 좀 의아했다.

"봉산(封山)? 여기 남쪽인데, 겨울에 그렇게 춥단 말이야?"

남산은 대답했다.

"겨울이 오면 알게 될 거야."

하지만 겨울은 언제 오는 걸까?

만약 가능하다면, 추환은 겨울이 영원히 오지 않길 바랐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스스로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기에, 그는 그런 망상을 최대한 억눌렀다.

그날로부터 14일째 되는 아침, 추환은 평소처럼 어두운 새벽에 일어나 일상적인 운동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그 자리에서 멍하니 굳어버렸다.

원래는 강 위에만 떠 있던 안개가 밤새 마치 세상을 뒤엎듯 온 대지를 덮어버렸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온통 짙은 안개에 휩싸인 풍경이었다. 멀리까지 이어지는 구름과 안개로 인해 집들의 높은 지붕 끝만이 희미하게 보였고,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산골짜기와 평야는 모두 신비로운 안개에 잠겨 있었다. 사람은 그 속에 서 있기만 해도 마치 천계의 문턱을 넘은 것처럼 느껴졌다.

……이거 참 좋군.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이미 천국에 도착한 기분이라니.

추환은 서리가 낀 안경을 벗어 소매로 닦고,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숲속 나무들은 이미 겨울의 징조를 드러냈다. 나무들은 마치 하룻밤 만에 커다란 시름에 잠긴 듯 일제히 잎을 떨궜고, 땅에는 서리가 얹힌 나뭇잎들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 나무 위에는 텅 빈 가지들만 남아, 마치 세상의 끝을 본 듯한 황량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추환은 익숙한 숲 앞에서 잠시 머물렀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것이 바로 리이족의 겨울이구나.

추환은 더 이상 숲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잠시 돌아본 후, 곧장 숙소로 돌아갔다.

그가 착각한 건지는 몰라도, 돌아오는 동안 안개는 더 짙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제서야 그는 '봉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추환은 방으로 돌아와 능숙하게 짐을 정리했다. 사실 그는 별다른 짐이 없었다. 그 뾰족한 칼과 남산이 준 칼 외에는 다른 물건들은 거의 이곳에 버려두고 가도 되는 것들이었다.

그는 이미 차가워진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잠시 멍하니 있었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는 새벽의 고요 속에서 그는 혼자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외투 주머니에서 반쯤 남은 담배 한 갑을 꺼내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결국 다시 집어넣었다.

추환은 담배를 많이 피우는 편이 아니기도 했고, 무엇보다 리이족의 청정한 자연을 니코틴과 일산화탄소로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남산이 자신이 담배 피우는 걸 싫어했던 것도 기억났다.

그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추환이 고개를 들자 작은 독사가 그의 침대를 타고 기어오는 것이 보였다.

추위를 타는 듯, 작은 독사는 재빨리 추환의 팔과 어깨를 기어올라 곧장 그의 품으로 파고들려 했다. 반쯤 파고들다가 추환이 접어서 바람막이 안에 걸어둔 삼각 단검에 부딪혔다. 그러자 그 움직임이 갑자기 멈칫했다. 작은 독사는 혀를 날름거리며 삼각 단검의 겉면을 시험해 보더니, 재빨리 피해서 크게 한 바퀴 돌아 군용 단검을 지나 추환의 소매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안에서 삼각형의 작은 머리를 내밀어 두리번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추환: "나 곧 떠나."

뱀은 머리를 조금 더 내밀더니, 마치 놀란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뱀이 어떻게 놀랄 수 있을까?

추환: "나와. 안 그러면 너도 나랑 같이 떠나야 할 거야."

작은 독사는 머뭇거리며 반쯤 몸을 내밀었지만, 차가운 비늘로 추환의 손등을 스치면서도 여전히 그의 팔에 꽉 감겨 있었다.

추환: "뭐야, 너 나랑 같이 가고 싶은 거야?"

작은 독사는 '쉭쉭' 소리를 내며 혀를 내밀었다.

"안 돼," 추환은 손을 뻗어 그를 잡으려 했다.

"쥐도 사줘야 하고, 번거롭잖아—"

하지만 이번에는 교묘하게도 뱀이 그의 소매를 물고, 몸을 마치 클립처럼 말아 꼬리 끝을 소매 안에 두고 버티며 나오지 않으려 했다.

추환은 한참 동안 작은 독사와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팔에 힘줄이 드러날 정도가 되어서야 이 녀석이 마치 딱지처럼 붙어 떨어질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추환은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생각했다. '뭐, 이 정도면 돈도 별로 안 들고 귀찮지도 않으니 그냥 놔둬도 되겠지.'

그는 그렇게 손목에 독특한 팔찌를 단 채, 간단한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마자 추환은 잠시 멍하니 섰다. 남산이 거기서 그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 수 없었다.

남산은 눈처럼 새하얀 말을 끌고 있었고, 말 목에는 두 개의 대나무 통이 걸려 있었다. 멀리서도 술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두 사람은 한 명은 문 안에, 한 명은 문 밖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순간에는 무슨 말을 해도 다 쓸데없는 말처럼 느껴졌다.

"너……" 남산의 시선이 추환 뒤의 짐에 닿았다. 그의 턱이 굳어졌고, 한참 동안 목구멍이 움직였다. 그러다 아주 낮게 말했다.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남산은 머리를 깔끔하게 묶고 있어서 좀 더 젊어 보였다. 그는 여전히 그 우스꽝스러운 조끼를 입고 있었고, 하모니카는 여전히 허리에 멍청하게 매달려 있었다. 단지 허리에 허리띠가 하나 더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남산을 보자, 원래 추환의 손목을 감고 떼를 쓰며 떠나려 하지 않던 작은 독사는 즉시 기가 꺾여 감히 '알박기'를 계속하지 못하고 얌전히 스르륵 빠져나와 기어갔다.

추환은 미묘한 불편함을 느끼며 손을 살짝 움츠렸다. 순간 소매 속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고,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추환은 아무 말 없이 말 위로 올라탔다. 그 하얀 말은 알아서 길을 찾는 것처럼 남산이 끌 필요도 없이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걷다가, 남산은 하모니카를 풀어 입에 가져갔다.

추환은 어린 시절, 추아이궈가 장난감으로 준 하모니카를 가지고 있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 하모니카는 그의 서랍 속에 오래도록 잠들어 있었고, 추환은 그 하모니카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조차 몰랐다. 반면 남산은 이미 나뭇잎 피리라도 부는 것처럼 능숙하게 다양한 곡을 연주할 수 있었다.

아마 음악이라는 것은 확실히 재능을 타는 것 같았다.

추환은 언제나 느긋한 성격이었지만, 유독 남산이 곡을 연주할 때만큼은 집중해서 들었다.

남산의 연주는 감정이 풍부했다. 그의 음악은 감정에 솔직했으며, 한 방울의 숨김도 없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마치 독한 술처럼 한 모금 마시면 오장육부가 흔들릴 정도로 진했다. 그리고 그 덕에 사람은 어떤 고통이나 기쁨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진정 살아 있다는 실감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마치 시체처럼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고,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는 것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걸었다. 그들은 민가와 과수원을 지나, 남산이 말을 끌고 그 신비한 강을 건너왔다.

추환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온통 하얀 안개로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기억 속에서 떠들썩하던 아이들의 소란은 환청처럼 스쳐 지나갔다. 추환은 고개를 숙이고, 남산의 짙은 눈빛을 마주쳤다.

남산은 너무도 잘생겼다. 추환이 평생 동안 본 사람 중에, 그토록 무심한 사람도 한 번 보면 뇌리에 각인될 만한 미모를 가진 사람이었다.

추환의 시선은 그의 입술을 스쳐 지나갔고, 자신도 모르게 잠시 머물렀다. 잠시 후 자신이 그런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추환은 약간 불편하게 시선을 돌렸다. 계속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는 실수를 저지를 것만 같았다.

그는 억지로 주의를 돌려, 그 미련을 아무 의미 없는 감탄으로 바꿔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이 이곳에서 벌써 석 달, 넉 달이나 지냈으니, 정말 세월은 물과 같구나.

"이봐."

추환은 손을 들어 남산의 어깨를 툭툭 쳤다.

"말 목에 걸린 거, 술 맞지?"

남산은 그중 하나의 대나무 통을 풀어 뚜껑을 열고, 먼저 한 모금 마신 후, 추환에게 내밀었다.

그들은 강가에 서서, 한 통의 술을 너 한 모금, 나 한 모금 나눠 마셨다. 통이 텅 비자, 추환은 하얀 말의 부드러운 갈기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내가 이것도 음주운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음주운전으로 우리 쪽에서 한 번 걸리면, 깜깜한 방에 반년 동안 갇혀야 해."

남산은 그의 농담을 듣고도 웃지도 않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는 직설적으로 말했다.

"네가 떠나면, 난 많이 슬퍼 질거야."

추환: "……"

그는 천천히 웃음을 거두고, 결국 한숨을 쉬며 팔을 뻗어 남산의 목을 끌어당겼다.

계화 향이 코끝을 스치듯 지나갔다. 추환은 순간적으로 자신을 자제했다. 마음에 잡념이 있는 이상, 그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절제하며 남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후, 이내 그를 풀어주고 말 위로 다시 올라탔다.

"나중에 이 녀석을 저번에 그 역 근처에 놔두면 알아서 돌아오겠지?"  

하얀 말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추환은 말의 머리를 이리저리 조종하며 남산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러다 말 목에 걸린 다른 술통을 풀어 들고 말했다.

"이건 내가 가져갈게. 안녕."

말을 마치고, 그는 가볍게 말 배를 쳐서 말을 곧장 달리게 했다.

추환은 느긋하게, 여유롭게 걸어갔고,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남산은 견디지 못하고 그를 불렀다.

"추환……"

추환은 등을 돌린 채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모든 만남은 끝이 있음을 뜻하는 법이다.

남산은 그 자리에 서서 하얀 말이 먼지가 되어 사라질 때까지, 추환이 처음 왔을 때처럼 깔끔하고 미련 없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옛말이라고 다 진리는 아니지."

남산은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장로님."

장로는 짙은 안개 속에서 걸어나왔다. 그의 마른 얼굴은 무표정했으며, 마치 오래된 괴물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성서에 이르기를, '강 건너편에 과거와 미래를 소통하고 현세와 종말을 연결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으니, 아마 정말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찾은 그 스승이 말하지 않았나? 그쪽에는 육억 명의 사람이 있다고."

리이족에게 있어 '억'이라는 숫자는 이미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였다. 장로는 그 말을 되새기며 숫자가 주는 엄청난 충격을 느끼는 듯했다.

"그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갖 모습으로 태어난다. 네가 경계선을 넘어 조금 걷다 만난 사람 하나가, 하필이면 그 사람일 리가 있겠느냐?"

남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장로는 말했다.

"아이들을 위한 출구를 찾으려는 것이겠지. 그래서 내가 막지 않는 것이고. 하지만 외부인 한 명에게 의지해서 모두를 이끌어갈 수 있겠는가? 그 출구는 너무나 작아서, 마치 한밤중에 불붙은 머리카락 같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남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젊은이의 날카로움보다는 큰 산처럼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이 서려 있었다.

그는 그저 강으로 들어가 물을 헤치며 돌아갔다.

추환은 남산의 시야에서 사라진 후, 사실 서둘러 길을 재촉하지 않았다.

그는 산등성이를 넘은 뒤, 술에 조금 취한 기분이 들자 말을 멈추고 큰 나무를 찾아 잠시 앉아 쉬었다.

나중에는 아예 나무 아래에 기대어 한숨 자기로 결정했다.

잠은 편히 들지 못했다. 추환은 파충류가 기어가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이곳 겨울은 북방처럼 춥지 않아서, 가끔은 20도 이상 올라가기도 했다. 황량한 들판에는 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것이 불가피했고, 추환은 벌레나 뱀을 쫓는 물건이 없었기에 스스로 조심해야 했다.

눈을 뜬 그는 눈앞에서 혀를 날름거리는 익숙한 작은 독사를 보았다.

추환: "……"

사람을 알아보고 말을 알아듣고, 짙은 안개 속을 헤치고 이곳까지 날 찾아올 줄도 아는 이 뱀이라니……

추환은 주저하며 작은 독사를 들어 올려 자신 앞에서 살짝 흔들었다.

"이봐, 너 사실 뱀 요괴지?"

그리고 이어서, 추환은 또 다른 다급한 발소리를 들었다. 그는 놀라서 고개를 돌리자, 커다란 돼지 한 마리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저건…… 돼지?

돼지는 추환 가까이까지 와서, 갑자기 멈춰 섰다. 마치 '천 리를 달려온 돼지의 선물' 같은 기세로 가슴을 내밀고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돼지 등 뒤에서 작은 대머리 아이가 머리를 내밀었다. 그는 작은 젖니를 번쩍 드러내며 추환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

추환: "……"

'산하표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하표리 23장  (0) 2025.06.07
산하표리 22장  (0) 2025.06.07
산하표리 20장  (1) 2025.06.07
산하표리 19장  (0) 2025.06.07
산하표리 18장  (0)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