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표리 22장
뱀을 데리고 가는 건 괜찮다. 이 뱀이 남산의 애완동물처럼 보이긴 해도, 그때 훈제 고기를 2위안에 팔겠다고 했던 그 대범한 사람이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이까지 데리고 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추환은 돼지와 함께 즐겁게 뛰어다니는 작은 대머리 아이를 바라보며, 속이 타들어가듯 괴로웠다.
"이리 와." 추환은 억지로 얼굴에 위엄을 띠며, 어설픈 리이족어로 말했다.
"너 어떻게 쫓아왔어? 혼나려고 그래?"
그러나 작은 대머리 아이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돼지 목을 끌어안고 웃었다.
추환: "……"
이게 바로 언어를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생기는 문제다. 상대는 배꼽 잡고 웃어대는데, 정작 자기가 뭘 잘못 말했는지도 모른다.
추환은 힘겹게 발음을 교정했다. 흡사 "혼… 혼… 혼… 혼날래." 와 같았다.
작은 대머리 아이는 그 말을 듣고 땅을 구르며 웃었다.
"포기하자." 추환은 결국 체념했다. 엄한 척을 해보려 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호주머니를 뒤졌지만, 집에 사탕을 두고 나와 하나도 가져오지 않은 걸 알게 되었다.
"나 정말 사탕 없어."
추환은 최대한 또렷하게 발음하며, 외투 주머니를 뒤집어 보여줬다.
"진짜야. 거짓말 안 했어. 집에 가자, 착하지, 내가 데려다줄게."
하지만 작은 대머리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신 뛰어올라 정확하게 추환의 다리에 매달렸다.
그는 이제 완전히 다리 매달리기의 숙련공이 되어 있었다.
큰 돼지가 그 광경을 보고는 마치 흉내라도 내려는 듯했다. 그러나 추환의 살기 어린 눈빛에 그 자리에 얼어붙어, 결국 한쪽에서 씩씩거리며 땅을 파헤칠 수밖에 없었다. 작은 독사는 마치 공로를 세운 신하처럼 으스대며 추환의 어깨 위로 기어올라 다른 종족들을 군림하듯이 내려다보았다. 물론, 그는 곧 추환에게 목덜미를 잡혀 한쪽으로 던져졌다.
추환: "네가 다 불러들였잖아. 왜 자꾸 엉뚱한 짓을 해?"
뱀에게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을까? 답이 없는 잔인한 질문이었다. 독사는 시무룩하게 작은 대머리 아이의 팔로 기어올라 몸을 말고 있었다.
추환은 작은 대머리 아이와 한참을 실랑이하며 결국 포기했다. 아이는 도무지 말을 들을 기미가 없었다. 그는 결국 더는 참지 못하고, 아이를 배낭처럼 번쩍 들어 말을 태운 후, 즉시 돌아갈 길을 재촉했다.
큰 돼지는 꿀꿀 두 번 소리 내며 재빨리 발을 구르며 뒤를 따랐다.
처음에 작은 대머리 아이는 즐거워했지만, 가다 보니 길이 영 이상한 것 같았는지, 손가락을 깨물며 의아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개 낀 강가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아이는 자신이 되돌려졌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제서야 작은 대머리 아이는 스스로 집을 버리고 온갖 희생을 감수하며, 수많은 총명함을 동원하여 뱀의 흔적을 좇아 겨우 추환의 그림자를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작은 대머리 아이는 억울함에 사로잡혀 격렬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추환에게는 고양이 한 마리가 아등바등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가볍게 아이를 진정시키고, 아이가 하는 모든 짓을 제지했다. 그러자 작은 대머리 아이는 마지막 비장의 무기로, 목청껏 울어대기 시작했다.
추환은 투박하게 말했다.
"왜 우는 거야? 남자라며? 조용히 해!"
작은 대머리 아이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자신의 순수한 사나이 기질을 보여주려는 듯 우렁찬 기상 나팔 소리를 내며 울부짖었다.
"……" 추환은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결국 자신이 제압당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대머리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래, 알았어. 애야, 이제 그만 울자, 응? 다 괜찮아."
사실 어른이 이리저리 태도를 바꾸면, 아이들은 자신이 승리했다는 사실을 쉽게 눈치채게 된다. 작은 대머리 아이는 더욱 기세등등해졌고, 말 위에서 구르며 온갖 떼를 부렸다.
추환은 지칠 대로 지쳐 하얀 안개로 뒤덮인 강가에 서서 어쩔 줄 몰랐다.
이번 일을 겪고 나니, 그는 더 이상 누구의 '삼촌'도 되고 싶지 않았다. 설령 소꿉친구 사이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말이다.
추환: "이제 그만 울고, 나랑 강을 건너자. 네 엄마 찾아줄게."
그러나 아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추환: "계속 울면 여기다 놔두고 갈 거야."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추환은 하늘을 바라보며 깊이 한숨을 쉬었다.
"조상님, 제가 빌게요…"
잠시 동안 그는 정말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대로라면 끝도 없을 것 같아, 결국 병주고 약주듯 작은 독사에게 말을 걸었다.
"너 길 알아?"
말을 꺼내자마자 스스로를 비웃었다. 뱀에게 길을 묻다니, 미쳤군.
그런데 작은 독사가 느릿느릿 땅으로 기어 내려가더니,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갔다. 거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 물결이 일렁이며 퍼져 나갔고, 그것은 수면 위로 푸른 머리를 내밀고 추환에게 혀를 날름거렸다.
길을 진짜로 아는 것 같았다!
추환은 곧장 말을 채찍질하며 말했다.
"따라가자."
그렇게 그는 동물원을 끌고 안개 자욱한 강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오늘만 벌써 두 번째였다.
추환은 자신이 뱀을 길잡이로 삼아, 돼지와 말,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 미로 같은 안개 속을 걸을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물론, 그는 이렇게 자신감 넘쳐 보이던 뱀이 가다가 길을 잃을 줄도 예상치 못했다.
손목시계의 시침이 이미 두 칸 이상 비뚤게 움직였을 때, 사육사는 자신의 멍청함을 깨달았다. 그는 감히 뱀의 지능을 믿었다니.
그들은 짙은 안개 속에 갇혀 있었다. 작은 독사는 물속을 서성거리더니, 마침내 겁에 질린 듯 말 몸을 타고 올라와 추환의 다리에 매달렸다.
말조차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추환은 남산에게 확인한 바가 있었다. 그가 떠날 때 말을 놓아주면 알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으니, 이 말이 강을 건널 수는 있을 터였다. 그런데 이 멍청한 뱀이 대체 어디로 이끌고 온 건지, 말조차 길을 잃고 헤매는 모양이었다.
작은 대머리 아이는 이미 울다 지쳐 말 등에 엎드려 있었고, 두 손으로 추환의 옷을 움켜쥐고는 흐느낌을 내뱉으며 큰 눈을 굴리고 있었다.
추환: "길 알아?"
작은 대머리 아이는 순순히 고개를 저었다.
추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시계에 있는 나침반 기능도 완전히 엉망이 되었고, 마치 혼란스러운 자기장을 만난 것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리고 짙은 안개 속에서는 태양의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오직 차가운 강물과 끝이 보이지 않는 안개뿐이었다.
그 순간, 추환은 갑자기 몸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고개를 숙여 보니, 작은 독사가 그의 옷 속으로 파고들어 있었다. 이 녀석이 이렇게 사람의 살에 닿으려는 건 추위를 느낄 때뿐이었다.
곧이어, 추환 역시 기온이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외투를 풀어헤쳐, 속에 덩그러니 배냇저고리만 입은 작은 대머리 아이를 품 안에 넣고, 말을 가볍게 차며 말했다.
"가자, 멈추지 마."
작은 동물들조차 자신들이 사고를 친 걸 알았는지, 모두 입을 다물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추환은 느슨하게 고삐를 쥐고, 주변을 주시하며 말을 내버려 두고 길을 찾게 했다.
그러다 갑자기, 그는 물살이 이상하게 빨라지는 소리를 들었다.
순간, 추환의 등골이 서늘해졌고, 그의 몸은 이미 위험을 직감하며 먼저 반응했다. 그는 급히 말을 몰아, 하얀 말은 화살처럼 튀어나갔다. 그러자 등 뒤에서 거대한 소리와 함께 뭔가 물을 튀기며 일어났고, 추환이 고개를 돌렸을 때, 물속에서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 뒤를 따라오던 돼지는 이미 사라졌고, 물살을 따라 얇은 핏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작은 대머리 아이는 갑자기 몸을 떨며, 추환의 어깨를 붙잡고 불안하게 뒤를 쳐다보았다. 추환은 한 손으로 그의 머리를 누르고, 다른 손으로 군용 칼을 뽑아들었다.
"쉿——" 추환은 말했다.
"괜찮아, 걱정 마."
주변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방금 그 생명체는 어디서 다시 덮칠지 몰라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고, 피비린내는 이미 코끝에 스치고 있었다.
하얀 말은 리이족 말무리 중에서도 최고의 말이었고, 추환이 타본 어떤 말보다도 차분했다. 하지만 말도 동물일 뿐, 특수 훈련을 받은 사람처럼 '싸울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하는 반응을 숨길 수는 없었다. 추환은 말의 네 다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그 순간, 하얀 말은 갑자기 뒷걸음을 쳤다. 거대한 괴물이 물속에서 튀어나와, 마치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듯 서 있었다. 역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고, 추환이 안고 있던 작은 독사는 깜짝 놀라 몸을 세우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다음 순간, 강력한 바람이 몰아치며, 짙은 안개를 갈라놓았다. 그 생명체는 뱀과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비늘로 덮인 몸은 뱀보다 훨씬 강했고, 팔다리는 도마뱀처럼 유연했다. 평평한 얼굴에 입은 튀어나왔고, 날카로운 송곳니들이 신발 솔처럼 잔뜩 늘어서 있었다. 그 안에 혀조차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듯했다.
괴물은 입을 크게 벌리고 추환을 덮쳤다.
추환은 몸을 말등에 바짝 엎드린 채, 군용 칼을 기묘한 각도로 뻗어 괴물의 턱을 찔렀다. 그리곤 손목을 세게 틀어, 단단한 비늘 아래로 군용 칼이 파고들어 얕은 상처를 남겼다. 괴물의 큰 이빨이 그의 등을 덮치기 직전, 그는 그 턱을 간신히 밀어냈다.
괴물은 고통스러워하며 울부짖었다.
그 울음소리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소름 끼쳤다. 추환은 관자놀이가 쑤셔오르며, 가슴이 진동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작은 대머리 아이의 한쪽 귀를 붙잡고, 다른 쪽 귀는 자신의 가슴에 파묻으며 고삐를 잡아 당겼다. 하얀 말은 아슬아슬하게 괴물을 옆으로 비껴갔다.
바로 그 순간, 언제나 빛을 잃었던 군용 단검이 갑자기 기이한 아크 빛을 뿜어내어, 지나가는 짙은 안개마저 두 동강 내며 날카롭게 괴물의 눈에 박혔다.
잔인하고 깔끔하게, 군용 단검은 괴물의 한쪽 눈으로 들어가 다른 쪽 눈으로 나왔다.
괴물은 죽어가는 비명소리를 냈고, 강과 안개가 모두 떨리는 듯했다. 추환은 자신이 마치 강력한 저주파 공격을 받은 것 같았다. 갑자기 정신이 흐려지며, 익숙한 두통이 몇 배로 심해져 머리를 짓누르는 듯했고, 그는 순간 눈앞이 까맣게 변하며, 입안 가득 피비린내가 퍼졌다.